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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 집단행동 경고했지만…동네병원 "휴진요? 생각없어요"

개원의 집단행동 경고했지만…동네병원

걱정 커진 환자들 "고작 며칠도 힘든데 문 닫는 건 말 안 된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의원에 오후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4.2.2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집단행동에 동참할 생각은 아직 없어요. 다 같이 휴진하자고 해서 무조건 병원 문 닫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 봐서 필요하다 싶으면 그때 동참하겠죠."

서울에서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는 의사 이 모 씨는 20일 "요즘 의대 증원을 둘러싼 사태에 대해서 비판적인 생각이 있긴 하지만 아직 휴진을 고민하고 있지는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씨는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거지 요즘 의사들은 누가 하자고 해서 단체행동에 휘둘리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

개인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병원이 있는지 묻는 글에 '저희는 정상진료다', '돈 벌어야 하는데 원장님이 과연 휴진할까'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전공의와 의대생, 의대교수에 이어 개원의까지 집단 행동이 논의되고 있지만 개원의 현장 반응은 시큰둥이다.

앞서 대한개원의협회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 및 교수들의 집단행동에 동참해 야간과 주말 진료를 줄이는 '준법 진료'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병원을 찾은 대다수 환자들은 설마 하면서도 개원의들의 집단행동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오전 영등포구 신길동 일대 개인병원에서 만난 조 모 씨(84)는 의대 교수 집단사직 움직임 소식을 전하는 기자의 말에 "우리처럼 나이 든 사람들은 불편하면 바로바로 병원에 가야 해서 동네 병원이 특히나 중요하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 씨는 "그저께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약을 안 먹고 버텨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기에 오늘 병원에 왔다"며 "고작 며칠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동네 병원이 문을 닫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같은 건물 정형외과를 찾은 50대 여성 A 씨는 "몸이 여기저기 쑤셔서 주사 맞으러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꼭 병원에 들른다"며 "예약해 둔 대학병원은 진료가 밀려 5월에나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여기까지 문 닫는다고 하면 아주 큰 일이다"고 한숨지었다.

피부과에 가던 30대 남성 김 모 씨는 "이제 동네 병원까지 닫는 거냐"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큰 병원 갈 일이 없어서 아직까지는 의료 대란을 전혀 체감 못 했는데 동네 병원까지 동참한다고 하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고 우려했다.

사실상 자영업자에 가까운 개인병원 의사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집단행동에 동참할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도 나온다. 직장인 김 모 씨(27)는 "상급 병원에서 진료를 대폭 줄였기 때문에 의원급 병원으로 손님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휴진하는 건 물 들어올 때 노 안 젓는 것과도 같은데 과연 휴직에 나설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직접 행동에 나서겠다는 개원의들도 있다.

비필수과 개원의인 B 씨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라기보다는 신세 한탄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저부터도 법이 보장하는 한도 내에서 진료 시간을 줄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동참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필수과에서도 준법 투쟁에 동참하는 분들이 꽤 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칭찬하다(42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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